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일상다반사|2021. 7. 2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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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었습니다. 그곳이 어디든 상관 없습니다. 그냥 머나먼 오지로 떠나고 싶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 그냥 그렇게 사라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살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예전에 이른 집을 좋아했습니다. 자연친화적이고, 자연이 가까이 있고, 억지스럽지 않은... 그러나 홀로 떨어져 있는 먼 곳에 있는 집... 세상이 싫었던 모양입니다. 그냥 멀리 떠나면 좋겠다는 생각에 늘 사로잡혀 살았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집이나 지금의 환경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만족스러집 못한 삶에 기인한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어릴 적, 부모는 자주 싸우셨습니다. 대화하는 법을 몰랐습니다. 서로 자기의 주장만 했습니다. 밥을 먹다가 서로 소리 지르다 밥상이 엎어지는 날도 종종 있었습니다.

 

집이 정말 싫었습니다. 그래서 빨리 독립하기만을 바랐습니다. 고등학교도 집 가까이 학교가 있었지만 기술을 배우고 싶다면 기숙사가 있는 먼 지방으로 다녔습니다. 그래서 2주나 한 달에 주말에만 왔습니다. 가능한 한 달에 한 번 오려고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니 부모님이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집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들어가는 날... 날이 저물어 늦을 때 부모님은 또 싸우고 계셨습니다. 서로 소리를 지르며... 막차 끊겨 어쩔 수 없이 집에 들어가야 했지만 너무너무 싫어습니다. 그리워 찾아가면 타향하고, 타향으로 떠나면 집이 그립고. 어러지도 저리도 못하는 불안을 떠안고 살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외지고 외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었습니다. 그냥 멀리........ 그러다 죽으면 끝이라 여겼고. 그런데 그렇게 되질 않네요. 아직 삶에 대한 미련이 많은가 봅니다.

 

요즘은 참 이상합니다. 시골로 내려가려니 너무 외로울 것 같고. 도시에 있으려니 너무 답답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갈팡질팡. 하기야 돈이 없어서 그러겠죠. 내가 생각하는 집, 내가 생각하는 장소... 그런 곳은 10억은 넘게 있어야 가능하니까요. 남루한 인생....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삶은 빈궁합니다.

 

예전엔 사진과 같은 집이 참 좋았는데... 요즘은 보고 있으면 그냥 무섭니다. 두렵고... 너무 외로워 미쳐 버릴 것 같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사는 것 같아 가끔 사는 게 뭔지 그냥 하염없이 하늘을 봅니다.

 

그냥 산을 걸을까요? 아무도 없는 산속 길... 하지만 너무 깊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무서우니까요. 함께 있어도 외롭고, 홀로 있어도 외롭고. 삶이란 이런 걸까요? 나이를 먹을 수록 외로워 지는 건.... 

 

제가 좋아하는 한경애의 <옛 시인의 노래>입니다. 외롭고 고독한 어느 가을 날의 고백... 그냥 오늘 넋두리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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